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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라이프

프랑스에서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았다면 꼭 알아야 할 것 3가지

by Sera.Lee 202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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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 가정에서 홈스테이로 유학을 시작했다. 주인집에 손님이 오면 나도 초대를 해 주셨었다. 이후로는 프랑스 대학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Soirée(수와레: 저녁파티)를 자주 즐겼었고 학교에서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시댁에서 자주 저녁식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첫째, 아주 길다. 둘째, 말이 많다. 셋째, 많이 먹는다. 
 

1. 저녁 초대를 받았다면 와인 1병을 준비해서 가자.

술을 못한다면 디저트로 먹을 케이크를 사 가면 된다. 프랑스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와인인지라, 보통은 좋은 와인 1병을 사 가면 좋아할 것이다. 식전 술이라고 해서 달달한 Kir나 스파클링 와인인 Mousse로 모임을 시작할 것이다. 술안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도 나올 것이다. 이때 많이 먹지 않을 것을 권한다. 이후 전식, 본식, 치즈와 빵 이후 후식 그리고 diesestif로 독한 술로 마무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프랑스의 전식이 정말 새롭고 훌륭하고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본식은 무겁고 양이 많으며 전식에 비해 맛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것은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가끔 2가지의 전식 요리가 나올 때도 있는데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때처럼 큰 명절날이 그렇다. 
전식 때에는 보통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이 시원하게 곁들여진다. 식전 술을 마셨던 잔은 걷어 가고, 화이트 와인에 맞는 잔을 새로 꺼내올 것이다. 잔을 받을 때에는 두 손으로 잔을 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따르는 사람이 편안하게 따를 수 있다. 따르는 중에 'merci'라고 말하면 그만 따를 것이다. 
본식 때에는 보통 레드 와인이 나오는데 이때 내가 준비해 간 와인도 맛보게 될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잔을 가져올 것이고 여분의 잔이 없다면 전식 때 마셨던 잔을 씻어 건수건으로 닦아 가져올 것이다. 가정집에서는 큰 접시에 본식이 가득 담겨 내가 먹을 만큼 가져가도록 하는데 이때 아주 조금만 접시에 올리길 추천한다. 다 먹지 못한다면 실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 놓인 냅킨은 마음껏 사용해도 되니, 포도주가 묻은 입을 닦은 후 무릎 위에나 접시 옆에 놓아두면 된다. 
본식의 식사가 끝나면 여러 종류의 치즈가 담긴 큰 접시와 빵이 나올 것이다. 나는 늘 'non merci'라고 말하고 안 먹었는데 지금은 치즈 없인 못 사는지라 배가 아무리 불러도 꼭 작은 조각이라도 입에 넣는다. 작은 치즈 조각과 와인을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식사 후 접시를 치울 때 '도와줄까요? Un coup de main?'이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다. 거절한다면 그냥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된다. 
후식은 보통 커피와 함께 나오는데 아무리 배가 불러도 작은 조각의 케잌이라도 먹기를 바란다. 초대한 사람은 며칠 동안 메뉴 구성을 했을 것이고, 오랜 시간 공들여 장을 보고 요리를 했을 것이며 접시와 잔 세팅에도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디저트 하나도 그냥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니 작은 조각이라도 먹어 주는 것이 예의다. 후식을 먹은 후에는  보통 소화를 돕는 독한 주를 내오는데 앙증맞은 잔에 아주 소량 따라준다. 
 

2. 식사는 대개 저녁 8시에 시작해서 자정까지는 기본이다. 

앞서 식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면 짐작이 될텐데 정말 4시간은 기본이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은 밤을 새우기도 한다. 한국처럼 식사를 일찍 시작하지도 않는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해 본 적이 있는데 저녁 8시가 피크 타임으로 그 시간에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시댁에서 여름 바캉스를 보낸 적이 있는데 점심 식사는 12시 시작해서 오후 3시 반쯤 마쳤고 저녁 식탁은 5시 반에 시작해서 밤 11시가 되어야 마무리가 되었다. 손님을 초대했을 때, 바캉스를 보낼 때만 식사시간이 길지, 일상생활에서는 그렇게 길지 않다. 
나는 남편과 맞벌이 부부로 저녁 6시 반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베이비시터가 아이들을 학교에서 찾아 집에서 돌보고 있다. 베이비시터에게 내가 식사 준비를 할 동안 30분 아이들을 더 봐 달라고 하고 요리를 한다.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면 '전식, 본식, 후식'을 30분에서 1시간 안에 다 먹고 목욕 후 아이들을 재운다. 
점심시간 회사에서 동료들과 식사할 때는 보통 1시간을 다 쓰는데 이때에도 '전식, 본식, 후식'을 다 챙겨 먹고 커피로 마무리를 한다. 식사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식사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1시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식사의 최고의 매너는 입안에 음식물을 넣고 말하지 않는 것, 쩝쩝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인데 나는 이것이 정말 힘들었다. 아무리 입을 닫고 먹어도 나는 소리가 났고, 프랑스인들은 거의 무음에 가까웠다. 그리고 상대의 입 안에 음식물이 있을 때 말을 시키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다 먹고 말할게, 지금은 말할 수 없어'라는 말을 뜻하는 수화를 한다. 프랑스식 식사는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여러 종류의 술과 요리를 음미하기 때문이다. 
 

3. 신발은 벗지 않으며 휴대폰을 꺼내지 않도록 하자.

나는 자주 사람들을 내 집에 초대하는 편이다. 우리집은 한국식으로 신발을 벗지만 프랑스인을 초대한 날은 신발을 벗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초대를 받아올 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풀세팅을 하고 오는데 패션의 완성이 되는 신발을 벗게 한다는 것은 조금 무례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프랑스인 가정에 초대받았을 때에도 '오늘은 벗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한 적이 자주 있었다. 이것은 우리 집은 실내 금연이에요,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한 여름날 밤에 친구네 가정을 우리집에 초대했었는데 친구의 와이프가 너무나 멋진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왔었다. 그전에는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신발을 벗을 것을 권유하다가 그날은 그냥 들어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 뒤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홈스테이 할 때에도 손님들은 모두 신발을 신고 들어 왔었고, 손님을 초대한 주인도 외출할 때 신는 신발을 신었던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격식 빼는 시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님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그리고 초대 받았을 때 식탁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지 말길 바란다. 나이 드신 분들은 손주들이 식탁에서 폰을 꺼내는 것에 정말 경악한다. 당연히 음식 사진 찍는 사람도 없다. 요즘에는 멋진 식탁을 보고 또 음식을 보고 감탄해서 사진을 찍는 정도는 허용이 되는 것 같지만 폰을 사용한 후엔 식탁 위에 올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휴대폰은 바지 뒷주머니나 핸드백에 넣어두면 된다. 프랑스인들은 상대가 대화에 집중하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식탁 위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출 것을 바라는 것 같다. 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야 셀카를 찍든 폰으로 검색하며 이야기하든 상관이 없겠지만 초대된 곳이 격식을 요구하는 자리라면 폰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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