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20년을 살다가 한국에 와 보니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는 아파트 분리수거장인데 아주 깔끔했고 악취가 없었으며 편리하고 시스템화되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라면 국물을 버리는 곳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반면 프랑스 가정에서 분리수거는 아주 간단하다. 재활용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기만 하면 된다. 유리병은 따로 모아 아파트 분리수거장이 아닌 유리병 쓰레기통이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아주 간단하다. 전 세계가 환경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그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물티슈는 프랑스가 좀 덜 적게 쓴다.
한국에서는 유아가 있는 가정의 엄마들 필수품이 물티슈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 와 보니 아이가 없는 가정에서도 물티슈의 소비가 컸다. 식탁이나 조리대 그 밖의 자잘한 청소는 대부분 물티슈로 다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프랑스 일반 가정에는 물티슈를 한국만큼 소비하지 않는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유아가 있는 가정 말고는 물티슈를 보기 힘들다. 프랑스인들은 날씨가 늘 흐리고 안 좋아서 그런지 비염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건티슈를 들고 다닌다. 마트에 가 보면 작게 포장된 건티슈를 손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코를 풀기 위해 들고 다니지 오염된 것을 닦기 위함은 아닌 것 같다. 산부인과에 가 보면 물티슈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익광고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유아 제품 중에는 헹구지 않아도 되는 세정제가 많다. 이러한 세정제는 건티슈에 2,3번 펌프 해서 사용하는데 그럼 왜 이렇게 하느냐. 물티슈는 이미 젖은 상태라 보관을 잘 못하면 기온변화로 세균이 번식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티슈를 소독한 손으로 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쉽게 오염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더러워진 손을 닦으려고 물티슈를 꺼내 닦았는데 그 손이 얼룩은 지워졌을지라도 세균으로 범벅이 된다는데 믿겠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물티슈든 건티슈든 쓰고 나면 쓰레기가 된다. 티슈는 일회용품 중 하나라서 재활용이 어렵다. 그래서 프랑스 어린이집에서는 기저귀를 갈 때수건으로 만든 장갑을 물에 적셔 사용한다. 사용된 장갑은 애벌빨래를 한 후 90도에서 세탁하고 건조기에 말려 재사용한다고 한다. 불편하겠으나 물티슈도 안 쓸려면 안 쓸 수 있다.
2. 프랑스에서 커피컵과 음료컵 뚜껑은 종이로 바뀌었다.
한국 커피숍에서는 아직도 플라스틱 빨대, 플라스틱 뚜껑을 사용해서 의외였다. 프랑스에서는 종이 뚜껑으로 바뀐 지 몇 년 되었기 때문에 환경에 진심인 한국에서는 당연히 앞서 실행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빨대가 사라지니 처음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음료에서 종이맛 나서 뚜껑 열고 마시거나 종이 빨대가 음료에 녹아서 음료를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음료팩도 모두 종이 빨대로 바뀌었다. 천천히 마시면 빨대가 눅눅해지고 빨대를 물면 음료를 마실 수 없게 된다는 걸 학습하게 된 아이들은 바로바로 원샷을 하는 스킬을 자동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일부 맥도널드에서는 음료컵과 감자칩 컵을 세척가능한 고무용기로 바꾸었는데 문제는 워낙 소매치기 많은 나라인지라 방대한 양의 도난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만약 어린 자녀와 파리 여행을 와야 한다면 빨대와 빨대 세척브러시는 챙겨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프랑스에서 배달음식 용기는 개선 중이다.
프랑스에서 배달음식은 플라스틱에서 코팅된 종이로 바뀌어 가고 있다. 종이가 환경에 더 좋기는 하지만 코팅된 종이에 뜨거운 음식을 담으면 몸에 얼마나 안 좋은지 한국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파리에는 샐러드바가 많은데 아침에 회사 가는 길에 샐러드 시켜서 점심때 열어보면 종이용기가 눅눅해져서 내가 종이를 먹는 것인지 샐러드를 먹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었다. 코로나로 배달음식이 늘어나 자연스레 용기에 대한 관심도 커져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 종이 용기에 담겨 있는 음식들을 마트에서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아직도 사용하는 곳이 많지만 종이용기의 비중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바피아노에서 파스타를 배달시켰는데 파스타가 종이 바닥에 달라붙어서 먹을 수 없게 됐을 때도 있었지만 이 부분도 조만간 개선되겠지.
4. 프랑스 일회용 수저는 나무맛이 난다.
마트에서 파는 간편 조리식품에 들어있던 일회용 수저는 사라진 지 오래고, 나무로 된 일회용 수저가 0.1유로에 판매되고 있는 곳이 있기도 하고 없는 곳도 많다. 마트에 따라 다르지만 일회용 수저가 1유로 넘는 곳도 더러 있었다. 뜨거운 파스타를 손으로 먹을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저를 샀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날 때면 나는 수저통을 챙겨나간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3분 파스타 하나 사 먹으려면 수저가 꼭 있어야 하니까. (한국에서도 수저통을 들고 다니게 되었는데 이유는 포크가 있는 곳이 거의 없어서이다.) 마트에서 파는 1회용 수저 1인용은 즉석식품 코너에 있다. 주방코너에 가게 되면 10개 20개가 든 일회용 수저를 살 수 있다. 1회용 컵, 접시도 있는데 여긴 또 플라스틱이다. 종이로 바뀌는 추세라 플라스틱 제품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5. 프랑스에서 음식쓰레기 : 왜 분리 안 함? 언제 할거임?
내가 다니는 프랑스 회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해서 버렸었는데 비료를 만드는 회사에서 수거해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몇몇 프랑스 아파트 단지에서는 자체적으로 음식물 쓰레기장을 건조식으로 바꾼 곳도 있다. 각 시마다 자체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거름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일반쓰레기에 음식쓰레기도 함께 넣어서 버린다.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에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먹다 남은 음식과 자잘한 포장지들을 같은 곳에 버리게 되어 있다. 음식을 따로 분리해서 버리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내가 유학을 오기 전부터 한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해서 버렸던 것 같은데 프랑스는 언제쯤 하려나 모르겠다. 플라스틱, 종이, 비닐은 나누지 않고 그냥 한 곳에 다 섞어 넣는다. 분리수거장에 내려가보면 쓰레기통이 2가지인데 하나는 회색뚜껑 다른 하나는 노란 뚜껑이다. 회색통에 일반쓰레기, 노란색통에 재활용 쓰레기를 넣으면 된다. 가끔 초록색도 보이는데 유리병을 담는 통이나 오만 잡것 다 들어 있을 때가 많다. 그만큼 분리수거에 대한 교육이 잘 안 되어 있다. 음식물 쓰레기 때문인지 악취가 심하고 온 동네 쥐들은 다 몰려와서 쓰레기장 가는 게 나는 젤 싫다. 그리고 1주일에 한번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오기 때문에 여름엔 악취가 상상을 초월한다. 어서어서 개선되기를. 물티슈는 안 쓰면서 이건 왜 분리해서 안 버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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